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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큰 아이랑 청소년 문학 읽기를 같이 하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청소년 문학이 재미난 책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얼마 전에 읽은 책은 '김려령' 작가의 소설인 '우아한 거짓말'입니다.

저는 보통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 편인데요.

영화보다는 책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저의 나름 고집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서 이기도 합니다.

김려령의 소설은 '완득이' 이후로 두 번째인데요.

김려령 작가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일상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있는 듯합니다.

그 속에서 현실을 꼬집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하고, 위트를 주기도 하지요.

청소년이라면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점들을 일깨워주고 있어서 꼭 한 번씩은 읽어보라고 하고 싶네요..

 

큰아이가 사실은 보고 싶다고 하여서 완득이를 읽고, 우아한 거짓말을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크게 끌리는 제목이 아니어서 생각은 없었지만, 큰아이와 같이 읽고 이야기할 참에 읽게 되었는데요.

정말 한눈도 떼지 않고, 거의 앉은자리에서 완독을 하였어요.

우리 주변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 여리고 어린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이야기,

그걸 대수롭게 생각지 않는 어른들 이야기.

많은 이야기들이 나름 어른인 저를 반성하게도 만들었네요.

'우아한 거짓말' 소설의 시작은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입니다.

 

소설과 영화는 천지가 죽고 난 후의 시점부터 출발을 합니다.

엄마에게는 살가운 딸, 언니에게는 귀여운 동생이었던 천지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어느 날 죽고 맙니다.

그 죽음에 대해서 언니인 만지는 죽음의 이유를 찾으려고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데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천지의 엄마(김희애)는 마트에서 식료품 코너에서 일하며 딸 둘을 키우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당차고 쿨한 성격입니다.

천지의 언니(고아성)는 남의 일에는 관심 없고, 가족일에도 무덤덤한 (엄마의 말로는 쌀쌀맞은) 시크하면서 똑 부러지는 성격입니다.

천지의 언니는 언니 나름대로 천지의 죽음에 대해서 밝혀내려고 찾아다니고,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천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러 다닙니다. 복수라고 하니 스릴러 같네요. 딸이 죽기 전에 못했던 말들을 그리고 생계 때문에 신경 쓰지 못했던 일들을 처리하고 다니는 거죠.

 

천지는 결국 학교 안에서의 따돌림 혹은 괴롭힘으로 생을 마감한 것인데요.

천지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쪽지에 적어 뜨개실에 돌돌 말아 몇 명에게 주고 갔습니다.

첫 번째가 엄마였고, 두 번째는 언니였네요..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친구들이었고요.

마지막 쪽지가 담긴 실뭉치는 누구에게 주었을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소설이나 영화 중에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천지는 괴로워서 삶을 마감했다니 보다는 제 생각에는 자신에게 피해를 주었던 친구의 행동을 고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네요. 하지만 미리 천지의 마음을 읽어주고, 대처를 해주었다면 일이 일어났을까요?

영화나 소설에도 나오지만 천지는 계속 속마음을 엄마나 언니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천지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천지만의 외침이 되었던 것이죠.

 

영화 마지막 장면에 천지의 언니인 만지가 꿈을 꾸게 됩니다.

연락이 되지 않던 천지 때문에 엄마와 언니는 걱정되는 맘에 집으로 달려가고 있고요.

결국에는 천지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 발견을 해서 서로 부둥켜안고는 서로를 도닥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게 정말 현실이었으면, 하고 바랐던 장면이네요.

우리나라가 청소년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고 합니다. 몇 년째 부동의 1위라고 하는데요.

인생 중에서 제일 재미있고, 이쁘고, 생기 넘치는 시기의 아이들이 이런 마음의 병을 앓는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슬퍼집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도 누구에게든 외침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그런 외침을 어른들이 들어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저도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아이들은 괜찮은가? 나는 과연 잘 들어주는 엄마인가? 계속 반성을 하면서 마음을 다 잡았네요.

 

작가의 말 중 마지막에.

"잘 지내고 계시지요?"

 

모두들 숨차고 힘들 시기를 겪으면서도 이제껏 살아온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겉치레만 가득한 우아한 모습을 한 거짓말보다 정말 진심이 담긴 평범한 인사와 안부가 모든 이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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